'단풍, 한꺼번에 울다'
예측한 일이지만,
무르익은 갈바람이 불어오자
흠뻑 눈물 머금은 잎들은 밤내 울어버린 것이다.
눈으로만 운 게 아니라 가슴으로 팔다리로 발바닥까지
온몸으로 울긋불긋한 빛깔을 흘린 것이다. 맹물로만
운 게 아니라 소금의 짠맛도 산새의 구슬픈 노래도
아래로 아래로 지는 바람도 함께 버무려 기나긴
골짜기를 타고 우수수 몸부림치며 흐른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이 아름답다고 벌떼같이 산으로
모여드는 것이다. 단풍들은 그것이 미안하고
미안하고 또 미안했던 것이다. 그래서
잎들은 해마다 가을이면 한꺼번에
울어버리는 것이다.
- 방우달의《고쳐 쓴 어느새》중에서 -
728x90
'생활 속으로 > 이런 이야기가 좋아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려놓다(2)] 추억을 남기고 간 숲, 단풍이 곱게 내려앉은 경주 계림숲으로 가다 / 토함 (0) | 2021.11.26 |
---|---|
[내려놓다(1)] 추억을 남기고 간 숲, 울긋불긋 단풍 내려앉은 경주 계림숲으로 가다 / 토함 (0) | 2021.11.25 |
[경주 대릉원 가을여행] 경주 황리단길도 보고, 대릉원의 가을 정취를 느끼다 / 토함 (0) | 2021.11.08 |
[사과 수확] 지인께서 사과를 수확하는 중 사과밭에서 휴대폰으로 전송해준 사진입니다 / 도솔천 최성환 작가님 (0) | 2021.11.08 |
[해국] 바닷가에 자라는 국화라서 해국(海菊)이라 부른다 / 토함 (0) | 2021.11.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