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으로/이런 이야기가 좋아요

손모양 의자 / 2010.08.20. 경주 강동면 왕신리

토함 2010. 9. 17. 21:46

 

 

 

 

아직도 사람은 순수하다 - 김종해(1941∼ )


죽을 때까지 사람은

땅을 제것인 것처럼 사고 팔지만

하늘을 사들이거나 팔려고 내놓지 않는다

하늘을 손대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



사람들은 아직 순수하다

하늘에 깔려있는 별들마저

사람들이 뒷거래 하지 않는 걸 보면

이 세상 사람들은

아직도 순수하다



역설이 진설(眞說)이 되는 ‘단순성 속의 대긍정’을 본다. 무수한 사람들이 무수히 거래를 하는 시대, 그러나 별은, 아무도 사고팔지 않는 별은 ‘아직(도)’ 빛난다. 하긴 언젠가 별을 사고파는 시대, 혹은 별에 콘도를 세우고 임대하는 시대가 올지 모르지만. 국가별로 하늘을 가르는 행위는 이미 당연스러운 것이 되었지만. 그리고 이 시의 배면에 깔려 있는 별들의 강, 은하수가 ‘보이지 않게 보이며’ 출렁대는 상황을 바라보라. 이뿐 아니라 ‘아직(도)’라는 부사가 시 전체에 지속됨으로써 그것이 그것의 상식적 쓰임을 버리고 김종해 시의 문법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을 바라보라. 다시 태어난 말들의 낯설지만 낯익은 그 울림을. 인간의 순수함을 믿는 그 막무가내의, 절박한 울림을. <강은교·시인>

 

 

 

 

 

<시(詩)의 출처> 시(詩)가 있는 아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