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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아침햇살을 받으며 힘차게 날아오르는 기러기를 만나다 / 토함

토함 2019. 2. 21. 07:16


▲기러기(2019.01.17. 주남저수지)





빨래를 널어놓는 저녁에



빨래를 널어놓는 저녁이면 생각했다
이 옥상에 대체 몇 개의
우주가 숨 쉬고 있을지

우리가 수건을 나눠 쓰는 사이라는 것이
나의 유일한 자랑

나란히 걷고 있는 빨랫줄에 수건을 펼친다
어제의 네 얼굴을 널어놓고
오늘 아침의 내 얼굴도
서로의 숨에서 어떤 향이 나는지
말할 수 있을 만큼 가까이


- 배성연 외의《무누무낙》에 실린 시〈옥상 평행 이론〉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