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山寺)를 찾는 이유 여름 한철을 산사에서 보낸 적이 있다. 나는 산사의 새벽을 특별히 좋아했다. 새벽이면 빛이 창호지에 번져서 엷게 퍼져나가듯이 내 마음에도 결 고운 평화가 스며들었다. 풀과 나무들이 어둠 속의 침묵을 서서히 빠져나오면서 뱉어내는 초록의 숨결. 산사의 새벽은 늘 그 기운으로 충만했다. 일어나자마자 방문을 여는 것이 하루의 시작이었다. 문을 열면 방 안은 금세 초록의 숨결로 가득 찼다. - 신영길의《기억의 숲을 거닐다》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