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 속으로 5019

감산사(甘山寺)에서 / 2010.12.09. 경주 외동읍

따지지 않는다 묵은 상처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한 내 나름의 방법은 '따지지 않는다'이다. 우리가 만든 공동의 상처라고 생각하면, 내가 입은 상처가 덜 원통하고 내가 입힌 상처가 덜 부끄럽다. 그렇다고 자꾸 들여다보고 가끔씩 건드려보는 것은 백해무익하다. 생채기는 잘 아물면 단단한 굳은살..

농부를 생각하면 / 2010.12.06. 경주 외동읍

구절초 - 박용래(1925∼80) 누이야 가을이 오는 길목 구절초 메디메디 나부끼는 사랑아 내 고장 부소산 기슭에 지천으로 피는 사랑아 뿌리를 대려서 약으로도 먹던 기억 여학생이 부르면 마아가렛 여름 모자 차양이 숨어있는 꽃 단추구멍에 달아도 머리핀에 꽂아도 좋을 사랑아 여우가 우는 추분 도깨비..

탑에 새겨둔 신라인의 불심(佛心) / 2010.12.06. 경주 숭복사지삼층석탑

안개에 갇히다 안개는 점점 두꺼워졌다. 언덕도, 바위도, 숲도... 나중에는 폐광까지 모두가 한 몸뚱어리로 희뿌옇기만 했다. 갇힌다는 것을 나는 그때 처음 알았다. 비록 안개에 의해서이지만. - 정채봉의《스무 살 어머니》중에서 - 문화재자료 제94호(경주시) 숭복사지삼층석탑(崇福寺址三層石塔) 소..

옥상에서 천마총을 바라보다 / 2010.12.04. 경주

절대 균형 침묵은 심-신-정신의 절대 균형이다. 자신을 지키는 자 언제나 침착하고 폭풍에도 흔들리지 아니 한다. 그래서 얻는 것은 무언가? 자제, 참 용기, 극기, 인내, 존엄, 위덕이다. 침묵은 인격의 초석이다. - 신명섭의《강은 거룩한 기억이 흐른다》중에서 - 위의 사진에서, 가운데 보이는 능이 천..

애기를 업고 가는 게 아니래요 / 2010.12.04. 경주 진평왕릉

서른두 살 서른두 살. 가진 것도 없고, 이룬 것도 없다. 나를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고, 내가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도 없다. 우울한 자유일까. 자유로운 우울일까. 나,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무엇이든? - 정이현의《달콤한 나의 도시》중에서 - 처음엔 할머니가 애기를 업고 가는 것으로 착각했어..

안압지(임해전지) / 2010.11.18. 경주

비어 있어야 쓸모가 있다 서른 개의 바퀴살이 바퀴통에 연결돼 있어도 비어 있어야 수레가 된다. 찰흙을 빚어 그릇을 만들어도 비어 있어야 쓸모가 있다. 창과 문을 내어 방을 만들어도 비어 있어야 쓸모가 있다. 그런 고로 사물의 존재는 비어있음으로 쓸모가 있는 것이다. - 서현의《건축, 음악처럼 ..